토론방 베스트에 올라온 미니스커트 취향 논쟁을 보고 부칩니다.
미니스커트는 당연히 개인의 취향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파인애플 감자그라탕을 가장 좋아하는 트렌디한 음식으로 즐기기가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파인애플 감자 그라탕 같은 거 어렸을 때부터 먹어오지도 않았고, 요리법도 모르는 데다가, 누가 티비에서 먹고 광고하며 자랑하지도 않고, 먹으라고 음식점에서 잘 빠진 마네킹들이 먹으며 팔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한번 해봤습니다. 미니스커트는 개인의 취향이되, 특정한 환경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취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취향이, 좀 복잡다단하게 이런저런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성적(性的) 대결까지 몰고올만한 아이콘이 된 모양입니다. 미니스커트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 편으로 나눠볼까요
<여성>
1. 여성으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눈에 인이 박히도록 본 것은 '예쁜 외모'로 행복해지는 주인공 이야기였다. 나라고 거기에 편승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 미니스커트는 나의 진정한 공주 판타지를 비교적 싼 돈으로 조금이나마 달성시켜줄 좋은 수단이다.
2. 때마침 옷을 사러가면 쭉쭉 빠진 마네킹들이 저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고, 아시아의 각선미라는 전지현의 짧은 치마에 대한 연예기사는 대박을 터뜨리며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라고 예쁜 다리 굳이 꽁꽁 감싸며 예쁜 옷 파는 옷가게 놔두고 헐렁하고 어두침침한 옷 사러 갈 이유도 없다.
3. 남들이 내 각선미에 감탄하는 것은 환영이지만, 또 내 예쁜 옷맵시에 한번 돌아봐주는 건 좋지만, 내 의도를 넘어서서 추근대거나 추행하는 것은 싫다. 그것은 개인의 취향을 무시한 범죄이다.
4. (일부 여성들은 다른 여성의 이와 같은 튀는 옷차림을 보고) 추운 겨울에 미니스커트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애들은 개념이 없는 돌대가리냐? 지가 전지현인 줄 알아? 부츠 살 돈이 없니? 니가 그러니까 성범죄가 판을 치는 거야 이 헤픈 X야..
<남성>
1. 남녀칠세부동석의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여자들 나대는 꼴 별로 보지 않고 살아왔다. 현대는 변화하고 있다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들은 우리가 뛰어놀고 축구할 때 얌전히 걸어다니고 다소곳한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애들이 당연히 성격 좋고 잘 자란 뭔가 아는 인간이다.
2. 여자란 연애대상/결혼대상이 아니면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동물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인생과 나의 창창하게 펼쳐질 미래를 위한 우정과 인맥에, 여자란 그다지 도움되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그 애들은 어차피 시집가서 살림 잘하거나, 조용히 남편 내조하고 아이 잘 낳아줄 현모양처로 사는게 최고다. 이런 사고방식 속에 여자란 존재와는 무난하고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오지 않았다.
3. 가끔의 여가를 위해 들락거리는 포X노 사이트나 성인물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가장 가깝게 접하는 여자들이다. 물론 가족은 제외다. 나의 현명하신 어머니와 누나나 여동생은 이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 가끔 가족을 보면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또한 주변의 외모가 출중하지않은 여자들도 나와 관계가 없다. 그애들에게 연애감정을 느껴 작업을 걸 만한 외모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고로 이런 고정관념과 별개로 가장 가깝게 보는 여자들은 위와 같은 성인물의 왜곡된 여성상의 인간들이다.
4. 이렇게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환경에서 여성들의 도발적인 옷차림이나 나대는 듯한 제스츄어는 성적인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표현과 옷차림이 억압되어 있었던 만큼 거기서 튀는 행동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로 시각 약하다는 말을 하며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의식하든 못하든 그렇게 학습되어 왔다.
5. 그런데 이렇게 나를 도발해놓고 죄없는 착한 나를 강간범으로 모는 너희 여자들이 정말 싫다. 내가 배워왔기는, 그렇게 입고 다니는 여자는 성적으로 나를 유혹하려거나 아니면 이해안가는 노출증일 뿐이다.
6. (어떤 익숙한 남자들은) 나는 도발되지도 않고,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춥지도 않나? 부츠살 돈이 없나? 니들 부모님이 그렇게 냅두시디? 개념없는 X들..
대략 이런 형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왜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느냐, 여성과 남성은 교육환경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게 되는 자아관이나, 이상형의 모습들이 다르다는 거지요. 뭐 남자와 여자가 생리적인 차이도 있고 다르게 자란다는 게 이상한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배우고 자라느냐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편견이 깃든 교육은 편견이 깃든 행동을 낫습니다. 그 예로 얼핏 보기에 미니스커트와는 별로 상관없이 보이는 교복스커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보통 중등학교부터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히는데, 여자애들에게는 무릎 길이 스커트를 입히고, 행동하기 아주 불편한 블라우스(하복일 경우엔 소재 때문에 속이 비침이 문제되기도 합니다.)를 예쁘다고 입히면서, 동시에 단정하고 정숙할 것을 요구하는 묘한 이중성을 강요합니다. 여자애들이 그 불편한 교복을 입고 내내 듣는 소리는, 다자란 말같은 처녀들이 그렇게 뛰어다니면 남자애들이 시선을 어디다 둘 수 있겠냐는 둥, 수업시간에 다리를 꼭 모으고 앉아야 남자 선생님들이 수업하시기 편하시다는 둥. 등등등.. 이런 것들입니다. 도대체 그러면 왜 치마 교복을 입히며 그 엄동설한에도 검정 스타킹 하나로 버티게 만들며 그 더운 여름에 무릎을 꼭꼭 붙이고 앉아 단정함과 어여쁨을 동시에 연출하라는 불가능한 주문을 하시느냔 말입니다. 교복 치마는 이런 사회의 이중성의 한 예입니다. 변태가 괜히 변태입니까? 이중성을 강요하는 판타지가 변태입니다.
교복 치마 꼭 나쁘다고 하는 거 아닙니다. 예쁘게 만들어놔서, 당연히 예뻐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여학생들이 교복 예쁜 거 많이 따지고, 또 좋아합니다. 그렇게 되지요. 예쁜 거가 최고다를 머리에 인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여자애들에게 예쁜 교복은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 예쁨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소비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남자들의 판타지 중에 교복 여고생 판타지가 있죠. 변태적이라고 욕하지만, 그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사회가 변태인 겁니다. 음성적인 성교육 사이트인 포X노 사이트에서 그런 차림의 여자를 섹시한 성적 대상으로 인이 박히도록 봐왔는데, 그런 차림 보고 흥분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여자들 미니스커트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여학생들이 자라서 옷을 살 때, 스커트를 선택하는 게 잘못입니까? 추운 겨울에 개념없이 스커트 고르는 게 불가능하겠습니까? 사회의 취향이 대략 개념없는데..스커트 안에서 멋을 부리다 부리다 짧아지기도 하고, 요새는 또 전지현 각선미가 트렌드라길래 나도 따라가보고 싶은 건데, 그 소박하게 사치스런 자아성취 욕망마저 욕을 먹어야 되겠냐고요.
이런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를 일단 둘러보십시오. 제가 오늘 토론방에 글 쓰러 들어올 때, 위의 배너에는 웬 잘빠진 (사실 깡마른) 여자가 배꼽을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무슨 음료순가를 선전합디다. 그렇게 해야 팔리고 잘나간다고 들이미는 세상입니다. 문제는 취향이 하도 획일화되고 너도 나도 똑같은 유행 따라가서 한가지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 현재 섹시 트렌드가 팔리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청순 트렌드 귀염 트렌트 많이 있습니다만, 섹시 트렌드도 잘 팔린다는 겁니다. 호주 같은 나라에 가보십시오, 여자들 노출 극히 심하다 합디다. 우리 나라보다 훨씬 따뜻한 기후기에 옷이 얇고 짧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여자들이 속옷 보이고 뭐 이런거 별로 신경안써서 유학간 제 친구놈 하나는 미치겠다 합디다. 처음엔 난처하고 고맙다가 이젠 하도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다 합디다. 그 여자들 섹시트렌드로 장사하는 거 아닙니다. 개중에는 섹시트렌드가 패션의 모토인 여자도 있겠지만, 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이 패션의 모토인 여자도 있겠지요. 이래저래 다양한 겝니다.
단발적인 감정싸움으로 논쟁이 상호간의 이해보다는 성적 대결로 (남/녀의 구도로) 이어집니다. 그런 식으로 백날 싸워봤자, 미니스커트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전지현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잠깐, 전지현이 죄라는 건 아닙니다. 세상에 다양한 상품 중 전지현 캐릭터도 있지요. 문제는 여성에게 그 캐릭터를 최고로 요구하고 다른 캐릭터를 용납하지 않는 숨막히는 사회가 여성에게 그런 식의 일탈을 종용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니스커트 욕할거면 여자가 예쁘면 뭘하든 용서된다든지 그런 말 좀 하지 말란 말입니다.
길게 얘기했습니다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취향을 인정할 거라면, 기왕이면 좀 다양한 취향이 싹트고 용인될 수 있도록 합시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는 공주되고 남자는 대통령 되고 이런 판타지 말고, 다양한 판타지 길러주고, 자라나면서 예뻐서 주목받는 거 말고 다른 걸로도 자아정체감 형성 좀 잘하게 여자애들 좀 잘 키워줍시다. 뭐 땡기면 남자도 치마 입고 여자도 군대 가고 다양한 가능성을 좀 열어두자는 겁니다. 미니스커트 하나가 튀는 아이콘이 아니라 길거리 히피 패션도 용인되고, 패션에 관심없는 유형의 인간도 좀 잘 좀 살 수 있게 내버려 두잔 말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적 환경을 남자애들에게 좀 열어주고, 칙칙한 검은 옷 말고 다른 옷도 좀 입어도 욕하지좀 말고, 패션에 신경 좀 쓴다고 넌 앙드레김 될거라고 겁주지도 말잔 말입니다. 이런 다양한 시각적 환경에 익숙해진 아이들, 시각적으로 약하다 이런 말 안 나올 겁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여자들이 성적으로 유혹하도록 성적 판타지에 맞게끔 디자인 된 미니스커트만을 고집해서 선택할리도 없습니다. 여자의 이상적인 체형이 아니라, 여자의 실제적인 체형에 좀 맞게끔 옷 좀 디자인 해주고, 그런 것도 예쁘고 멋지다고 좀 해줍시다. 교복 치마도 좀 선택적으로 바꿉시다. 그런거 한겨울에 안 입고 자라면 살인적인 추위에 종아리 내놓는 변태적 극기심에 익숙해질리도 없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겠습니다. 미니스커트 욕하기 전에 사회의 전반적인 성문화부터 돌아봅시다
미니스커트는 당연히 개인의 취향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파인애플 감자그라탕을 가장 좋아하는 트렌디한 음식으로 즐기기가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파인애플 감자 그라탕 같은 거 어렸을 때부터 먹어오지도 않았고, 요리법도 모르는 데다가, 누가 티비에서 먹고 광고하며 자랑하지도 않고, 먹으라고 음식점에서 잘 빠진 마네킹들이 먹으며 팔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한번 해봤습니다. 미니스커트는 개인의 취향이되, 특정한 환경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취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취향이, 좀 복잡다단하게 이런저런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성적(性的) 대결까지 몰고올만한 아이콘이 된 모양입니다. 미니스커트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 편으로 나눠볼까요
<여성>
1. 여성으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눈에 인이 박히도록 본 것은 '예쁜 외모'로 행복해지는 주인공 이야기였다. 나라고 거기에 편승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 미니스커트는 나의 진정한 공주 판타지를 비교적 싼 돈으로 조금이나마 달성시켜줄 좋은 수단이다.
2. 때마침 옷을 사러가면 쭉쭉 빠진 마네킹들이 저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고, 아시아의 각선미라는 전지현의 짧은 치마에 대한 연예기사는 대박을 터뜨리며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라고 예쁜 다리 굳이 꽁꽁 감싸며 예쁜 옷 파는 옷가게 놔두고 헐렁하고 어두침침한 옷 사러 갈 이유도 없다.
3. 남들이 내 각선미에 감탄하는 것은 환영이지만, 또 내 예쁜 옷맵시에 한번 돌아봐주는 건 좋지만, 내 의도를 넘어서서 추근대거나 추행하는 것은 싫다. 그것은 개인의 취향을 무시한 범죄이다.
4. (일부 여성들은 다른 여성의 이와 같은 튀는 옷차림을 보고) 추운 겨울에 미니스커트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애들은 개념이 없는 돌대가리냐? 지가 전지현인 줄 알아? 부츠 살 돈이 없니? 니가 그러니까 성범죄가 판을 치는 거야 이 헤픈 X야..
<남성>
1. 남녀칠세부동석의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여자들 나대는 꼴 별로 보지 않고 살아왔다. 현대는 변화하고 있다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들은 우리가 뛰어놀고 축구할 때 얌전히 걸어다니고 다소곳한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애들이 당연히 성격 좋고 잘 자란 뭔가 아는 인간이다.
2. 여자란 연애대상/결혼대상이 아니면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동물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인생과 나의 창창하게 펼쳐질 미래를 위한 우정과 인맥에, 여자란 그다지 도움되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그 애들은 어차피 시집가서 살림 잘하거나, 조용히 남편 내조하고 아이 잘 낳아줄 현모양처로 사는게 최고다. 이런 사고방식 속에 여자란 존재와는 무난하고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오지 않았다.
3. 가끔의 여가를 위해 들락거리는 포X노 사이트나 성인물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가장 가깝게 접하는 여자들이다. 물론 가족은 제외다. 나의 현명하신 어머니와 누나나 여동생은 이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 가끔 가족을 보면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또한 주변의 외모가 출중하지않은 여자들도 나와 관계가 없다. 그애들에게 연애감정을 느껴 작업을 걸 만한 외모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고로 이런 고정관념과 별개로 가장 가깝게 보는 여자들은 위와 같은 성인물의 왜곡된 여성상의 인간들이다.
4. 이렇게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환경에서 여성들의 도발적인 옷차림이나 나대는 듯한 제스츄어는 성적인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표현과 옷차림이 억압되어 있었던 만큼 거기서 튀는 행동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로 시각 약하다는 말을 하며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의식하든 못하든 그렇게 학습되어 왔다.
5. 그런데 이렇게 나를 도발해놓고 죄없는 착한 나를 강간범으로 모는 너희 여자들이 정말 싫다. 내가 배워왔기는, 그렇게 입고 다니는 여자는 성적으로 나를 유혹하려거나 아니면 이해안가는 노출증일 뿐이다.
6. (어떤 익숙한 남자들은) 나는 도발되지도 않고,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춥지도 않나? 부츠살 돈이 없나? 니들 부모님이 그렇게 냅두시디? 개념없는 X들..
대략 이런 형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왜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느냐, 여성과 남성은 교육환경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게 되는 자아관이나, 이상형의 모습들이 다르다는 거지요. 뭐 남자와 여자가 생리적인 차이도 있고 다르게 자란다는 게 이상한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배우고 자라느냐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편견이 깃든 교육은 편견이 깃든 행동을 낫습니다. 그 예로 얼핏 보기에 미니스커트와는 별로 상관없이 보이는 교복스커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보통 중등학교부터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히는데, 여자애들에게는 무릎 길이 스커트를 입히고, 행동하기 아주 불편한 블라우스(하복일 경우엔 소재 때문에 속이 비침이 문제되기도 합니다.)를 예쁘다고 입히면서, 동시에 단정하고 정숙할 것을 요구하는 묘한 이중성을 강요합니다. 여자애들이 그 불편한 교복을 입고 내내 듣는 소리는, 다자란 말같은 처녀들이 그렇게 뛰어다니면 남자애들이 시선을 어디다 둘 수 있겠냐는 둥, 수업시간에 다리를 꼭 모으고 앉아야 남자 선생님들이 수업하시기 편하시다는 둥. 등등등.. 이런 것들입니다. 도대체 그러면 왜 치마 교복을 입히며 그 엄동설한에도 검정 스타킹 하나로 버티게 만들며 그 더운 여름에 무릎을 꼭꼭 붙이고 앉아 단정함과 어여쁨을 동시에 연출하라는 불가능한 주문을 하시느냔 말입니다. 교복 치마는 이런 사회의 이중성의 한 예입니다. 변태가 괜히 변태입니까? 이중성을 강요하는 판타지가 변태입니다.
교복 치마 꼭 나쁘다고 하는 거 아닙니다. 예쁘게 만들어놔서, 당연히 예뻐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여학생들이 교복 예쁜 거 많이 따지고, 또 좋아합니다. 그렇게 되지요. 예쁜 거가 최고다를 머리에 인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여자애들에게 예쁜 교복은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 예쁨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소비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남자들의 판타지 중에 교복 여고생 판타지가 있죠. 변태적이라고 욕하지만, 그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사회가 변태인 겁니다. 음성적인 성교육 사이트인 포X노 사이트에서 그런 차림의 여자를 섹시한 성적 대상으로 인이 박히도록 봐왔는데, 그런 차림 보고 흥분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여자들 미니스커트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여학생들이 자라서 옷을 살 때, 스커트를 선택하는 게 잘못입니까? 추운 겨울에 개념없이 스커트 고르는 게 불가능하겠습니까? 사회의 취향이 대략 개념없는데..스커트 안에서 멋을 부리다 부리다 짧아지기도 하고, 요새는 또 전지현 각선미가 트렌드라길래 나도 따라가보고 싶은 건데, 그 소박하게 사치스런 자아성취 욕망마저 욕을 먹어야 되겠냐고요.
이런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를 일단 둘러보십시오. 제가 오늘 토론방에 글 쓰러 들어올 때, 위의 배너에는 웬 잘빠진 (사실 깡마른) 여자가 배꼽을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무슨 음료순가를 선전합디다. 그렇게 해야 팔리고 잘나간다고 들이미는 세상입니다. 문제는 취향이 하도 획일화되고 너도 나도 똑같은 유행 따라가서 한가지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 현재 섹시 트렌드가 팔리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청순 트렌드 귀염 트렌트 많이 있습니다만, 섹시 트렌드도 잘 팔린다는 겁니다. 호주 같은 나라에 가보십시오, 여자들 노출 극히 심하다 합디다. 우리 나라보다 훨씬 따뜻한 기후기에 옷이 얇고 짧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여자들이 속옷 보이고 뭐 이런거 별로 신경안써서 유학간 제 친구놈 하나는 미치겠다 합디다. 처음엔 난처하고 고맙다가 이젠 하도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다 합디다. 그 여자들 섹시트렌드로 장사하는 거 아닙니다. 개중에는 섹시트렌드가 패션의 모토인 여자도 있겠지만, 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이 패션의 모토인 여자도 있겠지요. 이래저래 다양한 겝니다.
단발적인 감정싸움으로 논쟁이 상호간의 이해보다는 성적 대결로 (남/녀의 구도로) 이어집니다. 그런 식으로 백날 싸워봤자, 미니스커트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전지현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잠깐, 전지현이 죄라는 건 아닙니다. 세상에 다양한 상품 중 전지현 캐릭터도 있지요. 문제는 여성에게 그 캐릭터를 최고로 요구하고 다른 캐릭터를 용납하지 않는 숨막히는 사회가 여성에게 그런 식의 일탈을 종용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니스커트 욕할거면 여자가 예쁘면 뭘하든 용서된다든지 그런 말 좀 하지 말란 말입니다.
길게 얘기했습니다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취향을 인정할 거라면, 기왕이면 좀 다양한 취향이 싹트고 용인될 수 있도록 합시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는 공주되고 남자는 대통령 되고 이런 판타지 말고, 다양한 판타지 길러주고, 자라나면서 예뻐서 주목받는 거 말고 다른 걸로도 자아정체감 형성 좀 잘하게 여자애들 좀 잘 키워줍시다. 뭐 땡기면 남자도 치마 입고 여자도 군대 가고 다양한 가능성을 좀 열어두자는 겁니다. 미니스커트 하나가 튀는 아이콘이 아니라 길거리 히피 패션도 용인되고, 패션에 관심없는 유형의 인간도 좀 잘 좀 살 수 있게 내버려 두잔 말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적 환경을 남자애들에게 좀 열어주고, 칙칙한 검은 옷 말고 다른 옷도 좀 입어도 욕하지좀 말고, 패션에 신경 좀 쓴다고 넌 앙드레김 될거라고 겁주지도 말잔 말입니다. 이런 다양한 시각적 환경에 익숙해진 아이들, 시각적으로 약하다 이런 말 안 나올 겁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여자들이 성적으로 유혹하도록 성적 판타지에 맞게끔 디자인 된 미니스커트만을 고집해서 선택할리도 없습니다. 여자의 이상적인 체형이 아니라, 여자의 실제적인 체형에 좀 맞게끔 옷 좀 디자인 해주고, 그런 것도 예쁘고 멋지다고 좀 해줍시다. 교복 치마도 좀 선택적으로 바꿉시다. 그런거 한겨울에 안 입고 자라면 살인적인 추위에 종아리 내놓는 변태적 극기심에 익숙해질리도 없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겠습니다. 미니스커트 욕하기 전에 사회의 전반적인 성문화부터 돌아봅시다
'▶문학과 시,상식,토론◀ > ●자유 토론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희승 인간관계이야기 2 -- 말(言語)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0) | 2006.08.08 |
---|---|
●보스니아 전 선수평 - 오팔루스님 (0) | 2006.05.27 |
"아버지가 안 죽으면 우리가 다 죽는데..." (0) | 2006.04.11 |
●dobest : 병역포상을 외치는 분들께 조목조목 반박해봅니다 [1424] ● (0) | 2006.03.11 |